앱호 2022. 7. 23. 22:48

부패 발생의 개인적 원인

부패 발생의 개인적 원인
부패 발생의 개인적 원인

앞에서 공직사회 부패의 원인에는 개인적 요인, 조직과 제도적 요인, 외부환경적 요인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개인적 요인인데요. 공무원 개개인이 부패 발생의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내쉬의 부패 균형점 이론

부패 발생의 원인인 개인적 원인을 이론적 모형에 준해서 파악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살펴볼 첫 번째 이론은 내쉬의 부패 균형점 이론입니다. 부패 균형점은 주어진 제도 아래 다른 사람들이 현재의 부패 수준을 유지하는 한, 아무도 자신의 부패 수준을 변경할 동의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다시 말하면, 일정 유형의 부패 형성에 대해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가 형성된 상태로, 어느 집단이 부패 행위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수준을 부패균형점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나라마다 부패 균형점이 다르겠죠. 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부패 균형점의 이동은 궁극적으로 부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성과 신념의 변화로부터 나오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패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특정 공무원이 부패 행위에 가담 할까, 말까. 이런 건 본인의 결정에서 나오는 것이고, 결정을 촉발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동기에 의해서 결정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쉬는 결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에 있다고 봤는데요. 외부 충격으로는 적발과 처벌의 강화 또는 약화, 제도의 개선 유무, 개방화와 폐쇄화, IT 기술의 활용 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패 균형점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그리고 같은 시기와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여러 집단에 따라 서로 상이한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습니다. 같은 부패 현상을 두고 어떤 집단은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집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 부패 균형점이 올라가는 게 좋을까요? 내려가는 게 좋을까요? 답은 부패 균형점이 내려갈수록 부패가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부패 균형점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면 부패가 악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부패 인식 지수 CPI도 일정 시점의 국가별 부패 균형점을 의미하는 척도인데요. 내쉬의 부패 균형점 이론을 왜 부패의 원인에 관한 대표 이론이라고 하는 걸까요? 내쉬의 부패 균형점 이론은, 부패가 발생하는 원인이 기본적으로 부패 행위의 참여자, 개인의 이성과 신념에 있다고 봅니다. 물론 신념과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충격, 제도라든지, 기술, 처벌 제도 같은 것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과 신념의 변화로부터 나온다고 보는 겁니다. 제가 아까 부패 균형점은 사회 구성원 간 합의가 형성된 상태를 뜻한다고 했는데요. 부패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 부패는 납득이 되는 수준이지'라고 인지를 하기 때문에 부패가 발생한다고 보는 겁니다. 정리하면, 이 이론은 부패 발생 원인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Robert Klitgaard의 부패 공식 모형

부패 발생의 원인을 이론 모형에 준해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두 번째로 살펴볼 Robert Klitgaard의 부패 공식 모형이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이 모형은 주인-대리인 모형이라고도 합니다. 주인은 부패 행위를 하지 않는 부류로, 예를 들면 일반 시민이 될 수 있고요. 대리인은 공직자가 해당 될 수 있겠습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부패는 '독점과 재량권을 더한 것에 책임성과 투명성을 뺀 것'이라고 합니다. 플러스 표시는 독점의 권한을 말하는데, 독점력이 높을수록 부패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죠. 그리고 재량권이 클수록 부패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거죠. 반대로 마이너스 표시는, 책임성이 클수록 해당 공직자가 부패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한, 투명할수록 공직자는 부패 행위에 가담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그래서 부패 수준은 독점, 재량권, 책임성, 투명성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입니다. 예를 들어 대리인인 공직자가 주인인 시민에 대해서 권력을 독점하고 재량권이 많을수록 부패가 심하고요. 대리인의 책임성이 낮고 행위가 투명하지 않을수록 부패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그래서 이 모형은 정보 공개를 통해서 행정을 투명하게 하거나, 재량권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감시를 통해 공직자의 책임성을 높이고, 독점적인 권한을 배분해서 독점적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 부패를 효과적으로 관리한다고 보는 거고요. 그래서 주인-대리인 모형은 부패 발생의 원인에 대한 모형이기도 하지만, 부패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 하는 대안모형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부패를 설명할 때 독점, 재량권, 책임성, 투명성 이 네 가지가 핵심인 모형인데요. 이 네 가지 요소를 체계적으로 파악해서 부패 발생의 인과 관계를 밝힐 수 있는 겁니다.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하게 통제될 때, 독점력이 커진다면 부패가 발생할 확률은 어떻게 될까요? 확률이 높아지겠죠. 만약에 다른 모든 요소들이 동일하고 통제될 때 공직자의 재량권이 커진다면 어떨까요? 그럼 부패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반면에 모든 요소가 일정한데 책임성이나 투명성이 약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공직자의 부패행위가 심해지겠죠. 이렇게 네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할 수도 있고, 하나씩 고려할 수도 있는데요. 어떤 요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해서 부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Susan Rose-Ackerman의 부패 기대 비용 모델

세 번째로 살펴볼 이론은 Susan Rose-Ackerman의 부패 기대 비용 모델입니다. 이 이론은 부패의 기대비용을 산출할 때 적발확률, 처벌확률, 벌칙 강도의 관계에서 파악하고 있는데요. 적발확률, 처벌확률이 높아질수록 부패의 기대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패의 기대비용이 높다는 건, 뇌물 수수나 공금 횡령과 같은 부패 행위를 저질렀을 때 챙길 수 있는 사적 이익보다, 부패로 인한 비용이 더 크게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비용은 단순히 금전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죠. 이렇게 부패에 대한 기대 비용이 너무 크면 부패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입니다. 아까 부패의 기대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적발확률, 처벌확률, 벌칙의 강도라고 했는데요. 적발확률은 내가 부패 행위를 했을 때 적발될 확률을 말합니다. 그래서 적발 확률이 높아진다면, 부패 행위를 했을 때 부패의 기대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하겠죠. 처벌 확률은 내가 부패 행위를 했을 때 처벌될 확률을 말합니다. 부패를 저질러도 처벌될 확률이 0에 가깝다면, 부패의 기대 비용이 굉장히 적어지겠죠. 반대로 처벌 확률이 높으면 부패의 기대 비용이 훨씬 커진다고 합니다. 벌칙의 강도를 높일수록 부패 기대 비용도 높아지게 됩니다. 요약하면, 각 요소마다 확률이나 강도를 높이면 부패 기대 비용이 높아지고, 반대로 확률이나 강도가 미미하면 기대 비용도 낮아진다고 보는 겁니다. 물론, 부패 기대비용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공직자가 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에 대해 징역 1년의 벌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A라는 공직자는 벌칙 강도가 작다고 느낄 수도 있고, B라는 공직자는 벌칙의 강도가 크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가치와 신념, 의사결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상탁하청 구조처럼 권력층이 부패한 경우에는, 부패를 저지르는 권력층이 여러 가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을 피해갈 수 있어서 적발 확률이 낮습니다. 적발되더라도 권력의 힘을 빌려서 실제 처벌될 확률도 굉장히 낮을 수 있습니다. 만약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해도 처벌의 정도가 낮겠죠. 적발확률과 처벌확률이 낮고 벌칙의 강도가 작고, 따라서, 부패 기대 비용이 굉장히 낮아지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들이 부패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반면에, 중하위직 공직자는 적발 확률과 처벌 확률이 높습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처럼 벌칙의 강도도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중하위직 공직자의 경우, 비리 사건에 가담하게 되면 조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적발확률과 처벌확률이 높고 벌칙의 강도가 높으면, 부패 기대 비용이 사적인 이익보다 훨씬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패가 발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이렇게 부패 기대 비용 모델은 적발 확률, 처벌 확률, 벌칙의 강도를 가지고 부패행위에 대한 의사결정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요점입니다.

탄찌의 부패 발생 원인

부패의 이론 모형으로 살펴볼 마지막 이론은 탄찌의 부패 발생 원인입니다. 이 모형은 부패 발생 원인을 부패의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으로 나누어서 분석하는데요. 부패 공직자가 제공하는 원인을 공급 측면이라고 보고, 민간인이 제공하는 원인을 부패의 수요 측면으로 봅니다. 부패 공직자가 제공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일종의 관료제 관행이라는 겁니다. 기존에도 부패 행위가 많았기 때문에, 본인이 보기에 이 정도 부패는 합의되고 인정된 범위라고 인지하는 거죠. 또 다른 이유로는 공무원의 저임금을 들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공무원들은 민간기업에 비해서 임금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적 이익이나 뇌물의 유혹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또 벌금 제도가 약한 경우도 부패 행위의 요인이 되고요. 권력이 공직자들에게 치중되는 경우에도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규제의 측면에 있어서도 규제가 강할수록 부패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법률이나 업무 절차의 투명성에 있어서도 투명하지 않은 경우 강력한 부패 요인이 되고요. 상급자나 지도자의 행태도 부패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부패의 수요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부패의 수요 측면은 민간인이 제공하는 원인을 말하는데요. 민간인 입장에서 봤을 때 공공기관의 규제와 권한이 크다고 느끼는 경우, 부패를 저지르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조세 부분에서도 세금을 많이 부담해야 하면 기업은 굉장히 큰 비용이 드니까 부패를 저지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공공 예산 집행 측면에서도 경쟁 회사에 비해 공공 예산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지각하면 부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공공구매 가격도 민간인 입장에서는 부패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공공 권력의 권한 집중과 규제가 강할수록 부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민간의 입장에서는 권력의 벽을 높게 느낄수록 부패에 유인이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 진입을 하고 싶은데 규제의 벽이 높아서 시장 진입이 어려울 때, 부패 행위를 통해서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